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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山海鏡
2014. 12. 26. 12:10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잠풍: 잔잔하게 부는 바람
달재: 달째, 달강어達江漁 쑥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길이 30Cm 가량으로 가늘고 길며,
머리가 모나고 가시가 많음
진장陣醬: 진간장, 오래 묵어서 진하게 된 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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