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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학/영상시

[스크랩] 간장독을 부시다

by 山海鏡 2007. 11. 1.

 

 

간장독을 부시다 / 조춘희

 

묵을 수록 복되다는 말씀
주기도문처럼 외시던 어머니
나이만 퍼먹고 제 손으로
간장도 못 담는, 딸이 안타까워
몇 년 전 담가주신 간장을
손톱 초승달 빠지듯
야금야금 먹다가 드디어 바닥이 났다.
얼굴 비춰보던 하늘도
소문 없이 떠나고
냄새 맡고 날아들던 왕파리도 사라졌다
맹물만 목까지 퍼담았다가
달포쯤 우려내고 비웠다
간장 담아줄 힘이 바닥난,
팔십 평생
애물단지 장 달여주시던 어머니
물구나무서듯 몸뚱이 하나
들어갈만한 항아리
얼굴 깊숙이 처박고
팔이 아프도록 부셨다.
몇 달을 우렸어도 속 끓이던 어머니 냄새
울컥, 눈물로 빈 독을 채웠다



 

출처 : 수 필 닷 컴
글쓴이 : 高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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