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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문 학/수 필38

대지의 귀 大地의 귀 황영원 닭이 울었다. 추녀를 분간키 어려울 만큼 아직 깜깜한데 이 적막을 찢는 저 까마득한 고성! 누가 저렇게 절박한 소리로 울게 하는가? 어설픈 첫울음을 시작으로 고요하던 마을이 잠시 소란스러웠다. 잠결인데도 목을 절룩거리며 질러대는 그 울대의 통증이 또렷이 전해.. 2017. 2. 1.
손/ 황영원 손(手) 황영원 골목 앞 비둘기는 내가 지나가도 옆으로 슬금슬금 피하기만 한다. 봄에 떠났다가 추워지는 늦가을부터 건물 옥상에서 털 고르기와 해바라기를 하며 가끔 돌아서서 배설물을 아래로 깔긴다. 결국, 앞집 잔반통에 대고 턴 음식 찌꺼기가 우리 안마당에 떨어지는 격이다. 또 저.. 2014. 10. 29.
불씨 한낮의 온갖 소음을 멀리하고 아슴아슴 저녁이 찾아와도 자동차의 긴 행렬과 빌딩들과 잠들지 않는 가로등 불빛은 도시의 오염된 대기를 반사하며 하늘까지 불그스름하게 만들어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시원한 구석은 없어 보인다. 늦깎이로 배운 그래픽 일을 하고부터 그런 텁텁한 하늘.. 2011. 4. 23.
흑백사진 (꼬마 닭 장사) 60년대 중반쯤 되었을까 오래된 이야기를 생각해내느라 힘들었지만 살풋살풋 열리는 추억의 그 시절로 다시 한 걸음씩 들어가 본다. 만일 밖에 있는 닭을 붙잡기라도 한다면 쫓고 쫓기며 요란 법석을 다 떨어야 겨우 한두 마리 잡히겠지만, 모이를 주는 시늉으로 빈 주먹을 펴면서 구구..... 2010. 6. 4.
線(선) 線(선) / 황영원 막냇동생 명석이가 며칠 전에 늦둥이 딸을 낳았다. 어머니를 모시고 마지막 치료를 받으러 병원으로 가는 길에 조산원에서 몸조리 하는 막내 내외와 조카를 보려고 잠시 들렀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영악하여 대부분 아이 하나를 낳고 둘째를 출산 전에 비싼 사교육비와 .. 2010. 4. 28.
수수 빗자루 수수 빗자루 / 황영원 어디가 가려운지 잠자리에 들면서 미적미적 엉덩이를 내 쪽으로 들이밀며 등을 긁어 달라고 했다. 모처럼 하는 부탁을 들어주려다 말고 잠시 멈췄다. 목덜미와 앙증스런 레이스가 물려 있는 내의 소매 밖으로 나온 팔과 하얀 허리는 얼마 만에 보는 것인가? 목을 비.. 2010.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