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시92 십자가의 축도 십자가의 축도 주 달려 돌아가신 그 십자가 지울 수 없는 은혜가 나의 마지막 그 순간까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나를 기다리고 서 있다 2023. 12. 31. 눈과 떡 쏟아져 내리는 흰 눈이 떡가루가 아니라서 좋다 만나가 아니라서 좋다 육에 속하지 않아서 썩어져 냄새 나지 않는다 눈은 추한 모습 덮어주며 어깨를 다독인다 흔적 없이 사라져도 생명수로 거듭난다 2023. 12. 31. 퇴고의 계절 퇴고의 계절 산해경 나목 아래 서늘한 바람 잊히던 것이 밟힌다 생멸의 통증 가운데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2023. 11. 14. 몸시 몸시 산해경 시집 안 내? 누가 물으면 나는 몸으로 쓰지 말한다 2023. 8. 26. 요상헌 문 요상헌 문 산해경 웃고 계신 장모님은 올해 팔순 허구도 여섯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신발을 들고 들어 오셔서 거실 서랍장에 고이 넣으시며 "요상헌 문이여! 저그서 넣으면 요리로 나온당게..." 모인 자식들과 여상히 드시다가 느닷없이 서랍장 신발을 꺼내시며 "야이! 시방 가야 혀!" 할머니* 또 오셨능갑따 하루에도 몇 번씩 판이 튄다 * 치매로 인한 인지 부조화 2023. 3. 23. 만월 만월(滿月) 山海鏡 활짝 웃는 날만 있는 게 아니다 하루에도 조금씩 차오르며 이울며 뽀얗게 영그는 것이다 말갛게 지우며 잊어주는 것이다 2022. 9. 18. 이전 1 2 3 4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