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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문 학/시95

칠게 칠게                                     산해경 손을 높이 들고일용할 양식을 구할 때바다가 밀려왔다 진창에 빠져가슴 치며 애통할 때바다가 밀려왔다 안으로만 굽는 집게발로감사할 때도바다가 밀려왔다  ------------------------------------------------------주는 언제나그 나라와 의를 생각하사오른손을 펴신다 2024. 9. 8.
없다 없다                              산해경 통증이 없는 예술에는눈물이 없다 2024. 1. 25.
십자가의 축도 십자가의 축도 주 달려 돌아가신 그 십자가 지울 수 없는 은혜가 나의 마지막 그 순간까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나를 기다리고 서 있다 2023. 12. 31.
눈과 떡 내리는 흰 눈이 떡가루가 아니라서 좋다만나가 아니라서 좋다육에 속하지 않아냄새 나지 않는다 눈은추한 몸덮어주며어깨를 다독인다흔적 없이 사라져도생명수로 거듭난다 2023. 12. 31.
퇴고의 계절 퇴고의 계절 산해경 나목 아래 서늘한 바람 잊히던 것이 밟힌다 생멸의 통증 가운데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2023. 11. 14.
몸시 몸시 산해경 시집 안 내? 누가 물으면 나는 몸으로 쓰지 말한다 2023. 8. 26.
요상헌 문 요상헌 문 산해경 웃고 계신 장모님은 올해 팔순 허구도 여섯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신발을 들고 들어 오셔서 거실 서랍장에 고이 넣으시며 "요상헌 문이여! 저그서 넣으면 요리로 나온당게..." 모인 자식들과 여상히 드시다가 느닷없이 서랍장 신발을 꺼내시며 "야이! 시방 가야 혀!" 할머니* 또 오셨능갑따 하루에도 몇 번씩 판이 튄다 * 치매로 인한 인지 부조화 2023. 3. 23.
만월 만월(滿月) 山海鏡 활짝 웃는 날만 있는 게 아니다 하루에도 조금씩 차오르며 이울며 뽀얗게 영그는 것이다 말갛게 지우며 잊어주는 것이다 2022. 9. 18.
안부 안부 山海鏡 연화장 통곡의 문이 열리자 터져 나오는 방언 떠날 채비를 마친 느낌표 하나가 출발선에 섰다 화염검이 갈라놓은 그 곳으로 떠나보내며 어떤 이는 낙원을, 어떤 이는 극락을 생각하며 마지막 인사를 고한다 아부지 불 들어가유! 2022. 5. 31.
우화 羽化 우화 羽化 山海鏡 꿈의 흔적, 아름다움에도 거짓이 있어 어제를 벗고 오늘을 산다 찾지 마라, 나는 이미 여기에 없다 2022. 1. 21.
덧칠 덧칠/ 산해경 너의 혜음 고요히 괴어들어 어제와 오늘의 행간에 꿈틀거린다 뿌리가 조금씩 길을 낸다 * 혜음 [惠音] 상대방을 높여, 그가 보낸 편지를 이르는 말 2021. 11. 5.
미끄럼 산들산들 봄바람이 통시 속으로 불어드니 신천지 궁금하여 고개 살짝 내민 새싹 어진 농부가 건져 올려 밭에다 옮겨 심다 산천도 아름답고 농심 또한 여전하여 그윽한 감로수 취해 어울려서 놀다 보니 어느덧 배가 불러 해산할 날 가깝구려 매미 소리 쨍쨍한 날 농부 품에 안겨 와서 여럿이 보는 데서 쩍하고 몸을 푸니 매끄러운 수박씨는 왔던 데로 갈 테지 2020. 12. 22.
보령삼절(保寧三絶) 보령삼절(保寧三絶) / 山海鏡 경주는 신라고도 정곡의 본관이요 대학자 고려문장 익제의 후손이라 고아한 묵향서화로 보령산천 훤하다 현대시 걸작품을 시비로 모아놓고 인생사 희로애락을 시서화로 옮겼더니 오만여 묶은 시편은 얼룩진 눈물 자국 샘실정 맑은 옥수 한 모금 시가 되고 장탄식 비가 되어 돌비뿌리 적실 적에 순정파 보령삼절은 지필묵을 찾노라 프로필 황영원 (山海鏡) 한국문인협회 회원 그래픽 디자이너 한국문예춘추문인협회 회장 2020. 7. 26.
홍시 홍시 山海鏡 하늘 탯줄에 매달린 알몸의 유희 죄를 아직 모르는 아담과 이브 살면서 알아버린 부끄럼 타는 노을에 나 대신 화끈 달아오르는 홍시! 2019. 11. 10.
好好好 好好好 山 海 鏡 어린 시절 깨금발 놀이의 금처럼 군데군데 지워진 기억들 아이들 온다는 날짜 적어 요일 약통에 넣어 두고 우리 아기 놀랄까 봐 틀니를 미리 챙겨 놓고 이리저리 기웃기웃 어쩐지 시원섭섭 귀여운 손주 할머니! 부르며 달려올 때 헤벌쭉 웃다가 가을걷이 마친 밭이랑 부끄러워 호호호 2019. 7. 10.
샤갈의 화실(독일 시화전) 샤갈의 화실 山海鏡 사랑은 무지개 무지개는 벨라 맥박이 붓을 타고 화폭에 스민다 달려가는 마음 그 마음은 꽃밭 하늘 땅 수놓아진 못 가본 나라 비쳅스크의 작은 화실 한숨같이 달콤한 상처가 빙그레 웃는다 툭, 마룻바닥에 붓이 구른다 * 벨라: 샤갈의 사랑하는 아내 샤갈의 화실.hwp 0.02MB 2019. 3. 28.
들꽃 들꽃 산해경 이상향의 세계처럼 기쁨만 있거나 그림자 없이 홀로 존재하는 빛은 없다 서리와 폭염을 견디며 잠시 웃는 들꽃을 보라 삶 속에 오는 맑음 아름다워야 할 지금 2018. 8. 2.
여우비 여우비 산해경 쾌청한 하늘엔 솜사탕 두엇. 까똑! 창에 기댄 새하얀 미소 보고싶... 여기까지 쓰고 있는데 느닷없이 쏴! 하고 퍼붓는 소낙비 이것도 무슨 무슨 죄라도 되나싶어 야속한 심사로 뒤돌아보니 막 바뀐 푸른 신도등 아래 내달리는 자동차 잘못 들은 소음조차 살갑도록 푸르다 2018. 5. 23.
뜨거운 사명 뜨거운 사명 山海鏡 어두운 하꼬はこ방 세상 등지고 와선臥禪만 하다가 툭툭! 죽비 소리 열리는 頓悟頓修돈오돈수 한 개비 성냥의 찬란한 소신공양 2018. 3. 20.
헬로우 헬로우 산해경 골목길서 마주친 노랑머리가 환한 미소로 헬로우! 그 맑은 음색에 어울리는 고요한 영혼을 보고 무심결에 나도 그만 헬로우! 2017. 8. 28.
봉선화 봉선화 山海鏡 통점을 스친 한 마디 고양이 귀처럼 톡 털어내지 못해 덧난 상처 노랗게 부풀었나 초승달 걸어둔 하늘도 먹구름이 덮이는데 무심히 어깰 두드리며 위로하진 않겠어 너도 알잖아 사랑은 수시로 다른 모습이란 걸 2017. 4. 17.
쉽게 생각하지 마라 쉽게 돈 벌려고 하지 마라 참을성을 가져라 쾌락이나 공짜로 얻은 것이 끝나면 파국이다 위태롭지 않은 것이 없다 세월호 쉽게 돈을 벌려고 하다가 고장난 복원장치를 고치지 않았고 많은 짐을 실었고 돈먹고 눈감아준 모든 관료들의 불의의 누적이 뒤집힌 것이다 평민을 인간을 균형추.. 2016. 12. 3.
도라지 커피 도라지 커피 山海鏡 아내가 보내 준 말린 도라지 커피 탈 때 두어 쪽 넣어 마시면 하양, 보라 도라지꽃 향기 실어와 그리움 촉촉 목소리 곱겠다 2016. 11. 27.
대지의 귀 대지의 귀 (護國三龍變漁井) 山海鏡 패인 언저리를 뜀뛰던 빗방울 귓속으로 흘러든다 바위를 뚫어 열린 귀 돌아눕지 못하는데 좌불은 까무룩 잠이 들고 설서당의 구국기도 처용의 노랫소리, 아직 끊어질 듯 들리는지 천 년을 하루 같이 허튼쌓기로 시작된 사랑 돌우물 수면에 파문이 인.. 2016. 10. 17.
샤갈의 화실 샤갈의 화실 山海鏡 맥박이 붓을 타고 화선지에 걸린다 벨라를 사랑해서 너무나 사랑해서 다홍 빛 꽃다발이 한없이 피어나고 몸은 둥둥 떠올라 잠든 그녀의 꿈 속까지 푸르게 헤엄친다 비쳅스크의 작은 화실 샤갈이 웃는다 툭! 붓 떨구는 소리 * 벨라: 샤갈의 사랑하는 아내 2016. 5. 11.
遭難 조난 遭難 조난 山海鏡 난파선처럼 생이 뿌리째 뽑혔다 무심한 파도는 거품 물고 달려들며 사정없이 자꾸만 내리꽂는다 풀어진 앞섶 흩어지는 흑발 기진하여 포말에 다시 휩쓸려 들어갈 때 괭이갈매기를 닮은 눈빛 파도를 뚫는다 바다에 당신을 빼앗긴 청상 소금기 밴 청춘의 환영이 소름 돋.. 2016. 3. 10.
春雨 春雨 山 海 鏡 아침부터 오는 기별 보리밭 밟듯 자분자분 애기 재우듯 토닥토닥 입춘 지나면 먼산 잔설도 정겹고 궂은 날도 노루 꼬리만큼 길어지는 걸까 시름 달래려 배 깔고 누웠는데 성큼성큼 흙 마당 가로질러 마실 오던 벗 곤한 봄 꿈이라도 깨울까 봐 헛기침도 없이 가만히 돌아서.. 2016. 1. 30.
湯탕 湯 山 海 鏡 끓는다 뜨거운 육수가 등뼈 사이로 흐른다 크고 작은 조각이 어울려서 치솟고 곤두박질친다 이것만은 내 것이라고 여기던 자존심 움키고 감췄던 비장한 무엇이 죄다 흘러나와 서로에게 한없이 스민다 납덩이 가슴은 처음부터 있었을까 땀과 눈물의 뜨거운 부대낌 불길이 지.. 2016. 1. 11.
투우사 鬪牛士 山海鏡 늘 잊고 사는 친구 허공에서 훨훨 타고 있었구나 널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네가 가면 나도 간다 무기력하고 낙심 될 때 주술처럼 널 향해 똑바로 서서 장엄한 광휘의 얼굴을 응시한다 아! 부시다! 심중의 光炎광염과 맞서는 진실의 시간 부질없는 장벽은 눈사태처럼 무너지나니 투우사는 죽고 상처에 오롯이 피어나는 꽃 *투우사: 못난 자아 2015. 11. 17.
탱자나무 탱자나무 산해경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던 벗이 있었다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기 위해 흉측하게 변해버린 몰골 격정의 여름이 가고 저무는 가을볕 잎 떨궈 드러내는 황금빛 자태 오호라! 그윽한 향기 지키려 그랬었구나 2015.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