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해일이 밀려오는 순간 아내의 허리를 안고 혼절했던 남편이 깨어나 아내를 찾아 울부짖는 모습과 어머니 시신의 손을 잡고 오열하는 딸의 눈물을 보며 그들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이웃을 돕겠다고 나서는 우리 국민의 목소리와 구제성금 접수창구의 열기를 보면서 그간 쌓였던 한일 과거사와 독도 영유권 문제의 앙금도 이참에 깨끗이 씻겨 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은 어찌 나뿐이었겠는가
삶의 터전과 그동안 이루어 놓은 문명의 이기들을 한꺼번에 휩쓸고 지나간 지진 해일과 위험한 방사성 물질을 쏟아내고 있는 사고 원전의 모습은 기원전 노아의 홍수나 시날 계곡의 *바벨탑을 연상케 했다.
자연재해와 인재가 겹친 이번 대 참사는 비단 일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의지하는 모든 문명의 이기와 물질적 풍요가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을 줄 수 있는가 반문하며 되묻고 되물었다
우리는 이웃의 재난을 아파하며 그들과 함께 울어주고 있는데 일본은 한국 국민의 정서와 바램은 아랑곳없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의 검정을 모두 통과시켰고 내년부터 일본 중학생들의 일부가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내용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우리의 온정이 적반하장 역사의 왜곡으로 보답 받게 되었음을 보면서 이번 일이 그들의 비인도적 속내를 온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여겨진다.
일본 외무성은 독도 영유권 기술을 담은 2011년도 외교청서를 4월 1일 확정했다. 지난 90년대 우리가 외환 위기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불평등한 어업협정으로 독도를 중간수역으로 끌어들인 후부터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어쩌면 한 번 물면 끊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뱉어내지 않는 기계장치처럼 그들의 잰걸음에 더욱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는 독도를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우리 고유의 영토를 다시 침탈할 속셈으로밖에 달리 볼 수가 없다.
1945년 8월 태평양 침략 전쟁의 종전 시간까지 아시아인에게 입힌 상처를 잊었는가? 수 많은 조선 청년들은 강제징용으로 그들을 대신해서 죽었고 미혼 여성들은 종군 위안부로 나가서 그들의 노리갯감이 되었다. 731 부대는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의 군인과 시민, 어린이와 임산부에 이르기까지 수천명의 산 사람들을 마취 없이 생체 실험에 사용하고 죽였으며 거기서 개발한 생화학 무기로 수십만 명의 중국인을 학살했다.
이렇게 수많은 나라가 치욕스런 과거를 생생히 상기하며 이 문제의 진로를 함께 주시할 것인데, 일본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또다시 이웃을 넘보며 소탐대실 오류의 역사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려 하는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만일, 이번 일본의 문부성이 교과서를 검토하면서 사필귀정 일제 강점기에 함께 빼앗았던 독도는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이라고 바로잡고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를 내쳤더라면 부끄러운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양심으로 마음의 짐을 더는 계기가 되었겠고 우리도 과거를 뉘우치고 이웃으로 돌아온 그들을 기뻐하며, 독도를 기념비 삼아 세세토록 이를 기리고 싶은 심정이 들지 않았겠는가?
모든 일이 야속하고 안타깝지만, 우선 당면한 일본 동북부의 재난지역의 사고의 수습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며,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자들의 마음의 상처도 속히 아물길 간절히 바란다.
감추는 것은 하늘의 영광이요 찾는 것은 왕의 영광이라 하였다. 이 시대가 요청하는 참된 지도자의 덕목은 고난 속에 감추어진 보배를 찾아내는 지장의 눈을 가져야 하겠고, 용장보다 이웃과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생각하는 덕장의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 바벨탑: 구약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탑. 바벨에 사는 노아의 후손들이 대홍수 후 하늘에 닿는 탑을 쌓기 시작하였으나 하나님이 노하여 그 사람들 사이에 방언을 쓰게 하니, 서로 말이 통하지 아니하여 공사를 마치지 못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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