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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문 학/칼럼 외

井谷 선생님의 팔순을 기리며

by 山海鏡 2020. 8. 21.

黃 煐 源

 

   전염병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춘 듯해도 시간은 법대로 흐른다. 일찍이 자연과 더불어 살기로 마음을 굳히니 춘삼월 제비도 반갑고 염천 팔월에 천둥 소나기도 기쁘다. 그러나 만산홍엽 가을 누대에 서면 마음은 이미 설한풍 가득한 빈 들판에 서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계절의 서정과 세상사를 노래 해왔건만 사유의 가려움은 아직도 주체할 길이 없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읊조림조차 시가 되고 달리는 붓끝에서 서정이 펼쳐진다.

   '닭 모가질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려말 대문호 익재 이제현 선생의 맥박을 이어받은 정곡 이양우 선생은 섬세하고 온화한 풍모를 지녔으나, 세상 인심 각박하고 어지러울 때 쏟아내는 탄식은 촌철살인의 통쾌한 문장이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영감을 받아 쓴 순수한 글은 독자의 시각에 따라 하찮은 흙이나 검불로 비치기도 하고, 더러는 귀한 보화로 발현되기도 한다. 오만여 방만한 시편은 걸어온 시인의 발자국이며 노래며 눈물이다. 한학을 겸비한 시어에서 묘한 향기가 흐른다. 질곡의 세월을 헤쳐 나온 역사를 기록한 시편은 후대의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비롯된 습관이 일상이 되었다. 무시로 명덕봉에 올라 이마와 등에 땀을 흠뻑 적시며 나무 사이사이에 시를 심었다. 거기에는 평생 흠모해오던 선각자들의 싯귀도 있고, 선혈로 쓰인 애국 투사의 민족 저항시도 있다. 풋풋한 젊은 여인의 솜사탕 같은 문장도 있으며, 함께 호흡하던 문우들의 명품시도 있다. 현대시를 집대성한 엄청난 시비의 군락은 동양 최대의 시비 동산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오솔길 풀섶이나 시비의 둔덕의 아무 데나 산삼 씨를 뿌려놓고 누가 캐어 먹든 상관하지 않는다. 동산 사잇길을 오가며 돌비에 새겨진 향기로운 싯구를 매일 읽으니 '시 삼백이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 던 공자의 思無邪가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먼지가 쌓였던 서재를 정리하고 사진과 자료를 보충하여 현대문학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현대시인 기념 문학관도 이번에 완성하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매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노시인은 원고를 탈고하듯 홀가분하고 여유롭다. 세심대를 지나오며 홍시처럼 부끄럼을 타던 때도 지나갔다.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아침 안개와 같은 인생길에 욕심을 부려 무엇하랴! 부부의 금슬이 한층 깊어지고 아울러 샘실의 글 우물도 왕성하여 오복 가운데 고종명의 복까지 누리시길 기원해 본다.

   비록 가까이 모시지는 못하였으나 글로 맺어진 아름다운 인연이길 소망하며선생님의 팔순을 다시 한번 경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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