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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학/칼럼 외

주례사 (말의 선물)

by 山海鏡 2014. 5. 13.

전에 선물 같은 거 옆에 서 있는 사람한테서 받아 본 적 있어요?

처음 사귀자고 했을 때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납니까?

 

오늘은 여태껏 들어오고 기대했던 주례사 말고, 그때 나누었던 프러포즈의 첫마디를 상기하며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좋은 말을 입에 담자!

마음속에는 희로애락의 감정 말고도 많은 게 있지만, 다 쓰이진 않아요. 말에는 진정성과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언행이 고우면 사랑스럽고 천박한 막말을 들으면 미워요.

아니라고 해도 솔직히 그래요.

 

혀는 사람을 띄우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때로는 자신을 잠시 속일 줄도 알아야 해요.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래,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해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즉시 효과가 있어요.

 

꾹꾹 참았는데 심하구나 싶을 땐 한 번 들이받아요!

속앓이보다 백번 나아요, 오히려 더 친해져요. 그런다고 너무 자주는 말고,

<대화의 123 법칙>이 있습니다. 내가 한 번, 당신이 한 번, 둘이 같이 한 번 맞장구! 이렇게 몇 순배 돌아가면 다 해결 됩니다.

 

여기 쉼 없이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잘 들으세요! 제 딴에는 지성과 인품이 아주 높은 걸로 알지만 착각입니다. 지식은 좀 있을 줄 몰라도 뭔가가 많이 부족한 인격 장애인입니다. 모두발언 시간이 끝나도 계속 쫑알거리고, 빈정거리고 있으면 국회에서는 마이크를 끕니다.

 

오늘 신랑과 신부는 옷과 화장이 참 멋져요. 전혀 재수 없게 보이지 않아요.

오늘이 어떤 날인데 하고 얼굴에 다 씌어 있어요.

그래요, 오늘은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치스러운 날입니다.

꽃바구니에 담긴 백합과 장미보다 니가 훨씬 더 예뻐! 이렇게 거짓말해도 아무 탈 없어요.

 

저는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축하해주고 싶어요. 진심입니다!

같이 한 번 외쳐봅시다. 광평아 축하해! 유미야 사랑해!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입니까?

이 말 속에는 한 아름의 축복이 담겨 있습니다.

 

둘째는 선물입니다.

예물도 있겠지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당신입니다! 이런 고백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요. 호흡할 공기와, 마실 물과, 일용할 양식이 있어요.

가고 싶으면 가고, 보고 싶으면 보고, 듣고 싶으면 듣는 건강한 육체가 있어요.

가만히 살펴보면 신비로운 선물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선물의 화답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효도로써 부모님께 답하고, 기쁘게 일하여 가정에 충실하고, 나를 떠받치는 모든 벗들과 이웃과 나라에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합니다.

하루를 감사로 하루를 열고 감사로 닫으면 다툼이 없어요.

설령 나귀를 팔아서 썩은 사과로 바꾸어도 <당신 참 잘했어!> 이렇게 될 수 있어요.

사랑하면 모든 게 다 예뻐요.

 

남의 것 빼앗고 남의 눈에 눈물 나도록 해서는 들어오던 복이 나갑니다.

우리의 속에는 잘하는 것 몇 가지 빼고 나면 다 비슷해요.

자기 잘하는 것으로 남을 도와주게 하는 재능은 인간에게 있는 묘한 속성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재능이 내 것이 아닌 게 분명하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선장이 항해를 잘해도 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항로에 갈림길을 만나거나 울돌목과 같은 거친 조류를 만나면 심하게 흔들립니다.

부모님의 조언이 배의 밑에서 평형수와 같음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신혼여행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누구에게 전화 합니까?

그리고 평소 꿈꾸던 미래의 백년대계를 구체적으로 적어 보세요.

뭐든 밑그림이 좋아야 작품이 부실하지 않아요.

 

선물 중에는 마음의 선물이 가장 오래갑니다.

물건은 낡고 잃어버리기 쉽고, 통장 잔액도 빨리 없어져요.

그러나 때에 맞는 말은 여름에 얼음 냉수 같이 시원하다고 했습니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를 가슴에 품고 일평생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결론으로, 말과 선물은 뿌리가 같습니다.

첫 언약의 설렘을 문신처럼 새기고 항상 살갑게 도란도란 사랑을 키워가길 바라면서

오늘 주례사, 말의 선물을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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