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곱 시경
출근길에 성복역으로 가기 위해 음식점이 줄줄이 있는 먹자골목 언덕을 내려가고 있는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청둥오리 한 마리가 유리창에 머리를 들이받은 모양이다.
몸이 뒤집혔다 일어나서 날지도 걷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나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이놈아! 유리창을 잘 보고 조심했어야지!" 한마디 해줬다.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려다가 아픈 아이가 더 놀랄까 봐 그냥 지나쳐 왔다.
멀찍이 뒤따라오던 어떤 이도 그냥 지나쳐 오는 것 같았다.
저녁 여덟 시경
광교선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승강장에 줄을 섰는데 저만치 앞에 임신복을 입은 여성이 있었다. 문이 열리자, 임산부 자리가 하나 비어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녀가 앉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젊은이가 쓱 앉아버렸다. 이를 어쩌나...., 그는 조금도 미안한 마음이 없는지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고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눈을 감아버렸다. 맞은편 자리에는 나이 지긋한 여성분이 이미 앉아 있었다.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 앞의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데 그 자리에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남성은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한 정거장이 지나고 사람들이 바뀌었다. 혹시 눈이라도 뜰까? 지켜 봐도 그대로다. 다시 두 번째 정거장이 바뀌었지만, 아무도 이 상황을 안타까이 여기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창문가로 천천히 걸어가서 고개를 푹 숙이고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해산달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한데 나라도 알려주지 않으면 도리가 아니지 싶어서 "저기요! 옆에 임산부가 서 있습니다!"라고 흔들었더니 그는 머쓱해서 일어나며 그녀를 앉으라고 말하고 나에게 머리를 꾸벅했다.
웬만하면 비워둬야 할 자리가 아닌가? 점점 염치없는 세상이 되어가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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