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인호야.
오늘아침은 날씨가 유달리 덥구나 네가 화생방에다 그 힘들다는 야간행군을 하는 날인데 말이다. 내 책상위에 있는 달력에는 4주차에 들어선 아들의 교육진행표가 눈에 들어온다. 꼭 일주일만 지나면 이제 자대배치를 받을테니 조금만 더 참으면 눈부신 빛나는 이등병 계급장을 받게 되겠구나.
훈련병들도 이런 무더위 속에서 힘들겠지만 교육시키는 조교들도 큰소리로 구령붙이며 너희들 따라다니느라 숨차고 괴로울 것이다 그러므로 인솔자나 교육자의 지도에 충실히 따라주거라.
아빠는 네와 정반대로 추운 혹한기에 입대를 하여서 생일도 논산 훈련소에서 보내고 크리스마스도 그기서 보냈던 생각이 난다. 눈이 얼어서 구보할때 훈련화에서 뽀드득 거리는 소리가 났었고, 철조망 통과 할때는 패인 자리에 차거운 진흙범벅이 전투복에 두껍게 붙어 교육장 앉아있는 동료들의 등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옆사람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딱딱딱 ... 하고 들릴만큼 고생을 했었단다.
며칠전 네 전화를 엄마가 받고 말해 줘서 네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앞으로 부친 편지도 잘 받아 보았다. 아무런 염려나 걱정은 말거라 모든게 하나도 틀리지 않고 잘 진행되어 가는걸로 나는 믿고 있단다. 어떤 여건에 처해질지라도 그에 합당하도록 너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진정한 군인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간이 좀 지났으므로 이제는 마음을 추스르고 훈련에 전념하여 평상심을 찾기 바란다.
원래 장마가 지면 빨랫거리도 많아지고 습도가 높아서 주변이 눅눅하고 피부도 끈끈해 지는것은 당연한 일이나 하루에도 몇 번씩 목욕을 하는 네 성격 때문에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겠구나. 그러나 군인은 들짐승 처럼 참고 견디는데 익숙하여야 한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 주말에 젊은이들이 위문공연을 나왔다니 참 즐거웠겠구나 남들은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가는데 그 정성도 대단하구나.
엄마도 삼룡이도 모두 잘 지내고 있다. 누나 재영이는 강화도에 선배들 졸업작품 돕겠다고 어제 나가서 아직 안들어왔다. 그리고 외할아버지께서도 그런대로 병원에서 잘 지내시고 계시니 그리알거라.
이 편지가 주말에 너에게 전해지겠구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항상 건강하고 마음을 가볍게 가져라.
from 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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