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문 학/칼럼 외

통근 리무진

by 山海鏡 2008. 7. 24.

통근 리무진

 

내 차는 리무진이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우리 집 앞 도로에다 떡 갖다댄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에어컨도 씽씽나오고

운전기사 경력도 수십 년 된 베테랑이라 오늘 같은 비오는 날도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한숨씩 자기도 하고

낮에 할 일을 생각하기도, 시집이나 책을 보면서 사색을 할 수도 있다

경미한 접촉사고가 난다해도 젊잖케 타이르며 시비를 잘 가려줘서 믿음직하기 그지없고

봉급은 매번 탈때마다 이천 원을 주면 이백 원을 앗쌀하게 거슬러준다

새벽 두 시까지 잔업을 시켜도 특별지급 수당 달라고 하지도 않으며 맘에 들지 않으면 즉시 해고를 해도

손만 들면 바로바로 새로 채용을 할 수 있다

 

아파트엔 큰 차고가 없지만 격납고가 따로 있어서 좁은 아파트 마당에 얼쩡거리지 않아도 되고

내가 사무실로 들어갈때 골목을 뱅뱅 돌며 주차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

차가 고장나면 받은 월급에서 제가 고치고, 보험도 할부금도 자동차세도 기름도 모두 제돈에서 넣으며,

하물며 점심도 제돈으로 사먹는다

 

퇴근시간이 되어도 힘든 교통을 피해가며 몇 십분 내에 차를 척하니 갖다대고,

혼자 가는게 심심할까봐 길동무로 이쁜 여자도 태워주고 아이들도 태워주고,

같이 가는 방향이라고 손들어주면 기사가 날 닮았는지 모두다 태워주니 내 기쁨도 크다

딴데로 새려고 탔는데 우리집으로 모셔다 주는 가정적인 기사 덕에 푼돈나갈 일도 없다

 

아!

전에 내가 게딱지만한 자가용을 왜 가지고 다녔는지 후회를 한다

ㅎㅎㅎ

 

'문 학 > 칼럼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촌 용분의 손주 작명  (0) 2013.12.03
주례사  (0) 2013.11.11
주례사  (0) 2012.11.22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0) 2011.03.30
사람이 개보다 나아야 하는 이유  (0) 2010.11.06
명석의 딸 작명  (0) 2010.05.01
구인광고  (0) 2010.04.30
흑백사진(재수 좋은 날)  (0) 2007.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