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을 내어 집사람 유란이를 데리고 백화점 시네마에 영화를 보러 갔다.
표를 사고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는 게 심심해서 뭐 좀 사오라고 했더니
정말 소 여물통만 한 종이 바구니에 팝콘을 가득 사 들고왔다.
깜짝 놀라서 이거 너무 많이 사왔다 했더니
작은 것은 반의반도 안 되는데 오백 원 차이라고 했다.
작은 것 보다 엄청 이득인 듯 착각하게 만들어서 무지 비싸게 파는 것 같다.
"저놈의 소 새끼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해!
지나내나 저 영감 잘못 만나서 평생 고생하재~"
남들은 제초제 농약을 뿌려서 쉽게 농사를 짓는데 허리도 아픈 할머니는 호미로 김을 매면서 푸념이 늘어지고,
남들은 이앙기로 콤바인으로 심고 베는데 써레질 하며 손으로 심고 낫으로 추수를 하니 할머니는 짜증이 나고 생각할수록 신경질이 났다.
코뚜레를 않은 송아지 고집은 아무도 못 말린다.
나도 옛날에 코뚜레 않은 송아지를 끌다가 고삐가 끊어져서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진 적이 있었다.
"송아지 200만 원에 팔아요~"
"안 팔아~ "
"210만 원에 팔아요~"
"안 팔아~ "
아들들이 아버지는 일을 더하시면 안돼요. 소도 팔아버리라고 권유해서
마흔 살 소를 팔러갔는데.
"파시게요? 얼마나 받으실건데요?"
"육백만원!"
"늙어서 고기도 질겨서 못먹는 소를 거저 준대도 안가져 갈건데 60만원 줄테니 파세요~"
"안팔아!"
"생각해서 백만원 드릴께요~"
"글쌔 안팔아!"
소에 대한 사랑과 애착에다 세상 물정도 모르는 순박함이 재미있다.
영화 중간쯤에 달구지를 타고 광우병 시위대 앞을 지나가는 중에 무슨 일인가 물끄러미 대모 구경을 하는데
"미친 소는 물러가라!"
"미친 소는 물러가라!"
"미친 소는 물러가라!"에서 웃음이 났다.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자와 그렇지않은 자의 대비가 재미있었다.
지금 소의 나이가 40살인데 40년밖에 못 사는 소를 영감은 하루도 빠짐없이 끌고 다닌다.
"저 아픈 소를 끌고 또 나간다! 후유~"
"아이래~ 살아 있는 것은 꿈적거려야 해!, 아이고 골이야~"
병원에서 의사의 반 협박성 권유도 재미있었다.
잔잔하게 펼쳐지는 시골 풍경과
소와 영감님과 할머니 사이에 벌어지는 삼각관계가 익살로 펼쳐지고
다리 아픈 영감님과 늙은 소의 콤비 플레이와 전통과 현실의 대조를 통해서 인간 본질의 내면을 살펴보게 하였고,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소를 아끼고 사랑하는 한 남자의 우직한 뚝심과 그의 성실함이 잘 조화된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