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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창고/문학자료

말하는 손 / 김진동

by 山海鏡 2014. 4. 17.

말하는 손

                                         김진동

 

 

두 모녀가 지하철에 나란히 앉아

말을 서로 떠 먹여주며 덩굴손이 되는 것을 보았다

풋풋한 딸은 어머니가 제 말을 드시다가 행여

체하지나 않으실까 염려스러운 듯

천천히 말을 손으로 싸고 표정으로 맺어서

한 입씩 어머니의 눈에 쏙쏙 넣어드리고

어머니는 딸이 주는 말을 받아 드시며

이따금씩 행복하게 미소 짓기도 했다 나는

모녀의 손에서 이야기 꽃잎이 다 떨어질 때까지

모녀가 잘 익은 열매를 따 서로 입에 넣어 주듯 하는

정경을 바라보며, 어쩌면

엄마 품에 포근히 묻혀 고사리손을 풍요한 젖가슴에 얹고

꽃잎 같은 혀로 젖꼭지를 말아 물고 앙글거리던 그 아기가

정성스럽게 빚어 들려주는 손의 소리만을 담기 위해,

저 어머니는 짐짓

귓문을 닫아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일며 불현듯 내 어머니의 냄새가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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