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수확
김진동
첫눈이 내리던 날에도 사랑을 했네
다 하고도 부족해서
사랑만 했네
얇은 잠바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며
움 만 무성한 사랑을 했네
두꺼운 밤을 밝히며 달빛이 서성거려도
그리움만 열릴 사랑에 두 눈이 물들었네
움 다 지고, 이제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 첫눈이 내리면
나는 뜬눈으로
눈길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찾듯
그녀와 함께했던 빈자리를 찾아 헤매며
타다 남은 불꽃 같은 가슴으로
입안에 고인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심어놓은 소금의 날들을
언 몸으로 거두어 들여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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