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新
_서행시초 2
백석
거리에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같은 모밀내가 났다
어쩐지 향산香山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서는 농짝 같은 도야지를 잡어 걸고
국수에 치는 도야지고기는 돗바늘 같은 털이 드문드문 배겼다
나는 이 털도 안 뽑은 도야지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털도 안 뽑은 고기를 시꺼먼 맨모밀국수에 얹어서
한 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소수림왕小獸林王을 생각한다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을 생각한다
모맬내: 모밀냄새
향산: 묘향산
돗바늘: 아주 굵은 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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