菽
山海鏡
보자기 둘러 쓰고 굴둑 모퉁이서 설빔 머리 깎는다
비탈밭이야 가로질러 타겠지만
까치집 진 아들놈 머리는 결따라 쳐올린다
다문다문 버짐 자국 앞산에 잔솔 같고
솔솔 기는 멧돼지 숨을 곳 찾는구나
굵은 솔 밑에 잔솔, 잔솔 밑에 까투리
댕기머리 땋고 살던 초가삼간 그립다
깎고 보니 우습다 아들놈 민대가리
애비는 제 뒤통수 슬그머니 눌러보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지
* 멧돼지: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