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가서 지인에게 조의금을 부치고 하나로마트에서 거봉포도 한 상자를 샀다.
외숙이 그동안 오차드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셨다기에 문병차 갔는데 마루로 들어서자 외숙은 TV를 크게 틀어놓고 앉아서 보고 계셨다.
외아재요! 부르면서 들어서니 잘 몰라보셔서 어머니 이름을 말씀드리니 이내 알아보시면서 반가워하신다.
뭐 이런 비싼 걸 다 사오냐며 외숙모는 약 사러 가셨는데 올 때가 되었다고 하시면서 늘 보던 평안한 표정을 지으셨다. 힘든 환자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으셨다.
오차드병원에 계셨더냐고 물으니 한 달 남짓 있었는데 밥을 너무 조금 줘서 내가 고함을 쳤더니 내 밥만 두 공기씩 매일 가지고 왔다시며 거기 있는 사람은 주는대로 먹기만 하는 등신 비슷하게 생겨서 아무도 말을 할 줄 아는 옳은 사람이 없더라 시며 작고하신 아버지 얘기를 하셨다.
그래 내가 운전 면허증을 따니까 자기도 딴다더니 나중에는 면허를 땄다고 자랑하면서 너거엄마 태우고 여기저기 잘 다녔는데 갑자기 그리 갔다면서 많이 서운해 하셨다.
조금 있으니 외숙모께서 약과 과자 봉지 들고 들어 오셨다. 심심할 때 외숙이 잘 드신다면서 어린아이들이 먹는 단팟빵과 과자부스러기를 내 밀었다.
장에 갔다 오면 뭐 내 좋아하는 거 안 사 왔나? 하며 꼭 얼라 맨치로 묻는다며 조금 전에 사온 까만 봉지를 열어 단팟빵을 내게 먹어보라고 내미셨다.
예전에는 외숙모의 얼굴이 어두웠는데 교회에 다니시고부터 많이 밝아지셨다. 내 마음이 한결 가볍고 기쁘다. 그래서 인사를 마치고 점심 전에 일어서려고 했으나 먹고 가라고 당부하시면서 밥을 새로 지어 나오시는데 열기 생선도 두 마리나 굽고 반찬은 예전과 달리 정갈해 보였다. 말씀도 조리 있게 더 잘하시고 가끔 웃기도 하면서 나보고 식사기도를 하라고 하셨다.
은혜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외숙의 가정에서 점심 대접을 받습니다. 노부부를 건강으로 축복하여 주옵시고, 이 가정의 호주가 친히 되어 주셔서 늘 평안을 지켜 주옵시고, 객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에게도 하나님을 섬기는 충성된 믿음의 일꾼들로 삼아주시옵소서! 준비한 손길에 복에 복을 더하시고, 우리가 먹고 마실 때마다 거룩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립니다. 아멘!
밖으로 나오니 오후의 햇살이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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