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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歸鄕(삼시세끼)

目魚 목어

by 山海鏡 2015. 9. 23.

여기선 도루미기나 도루메기라 부른다.

후리포 장날 어물전에 가면 아지매들이 군데군데 자잘한 도루묵을 나무 좌판에 올려놓고 판다.

철 지난 만큼 고기가 크지 못하고 치어에서 약간 더 자랐음직 한 것도 간혹 보인다. 이렇게 어린 것은 도로 놓아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운 맘이 든다.

옆구리가 황금빛이 도는 매끄러운 고기는 비린내도 적고 겨울철 산란기의 알은 입안에서 오도독 오드득, 마치 중국의 전통 폭죽놀이마냥 요란하다.

육질은 고소하고 담백하여 말리거나 냉동고에 얼려 두면 사철 밑반찬으로 그만이다.


도루묵의 이름은 임진왜란 피난길에서 선조가 굶주리며 지낼 때 어떤 백성이 올린 생선을 먹고 그 맛에 감탄하여 고기의 이름을 물은즉 目魚라고 하였는데, 맛에 비하여 이름이 가당찮다며 배에서 은빛이 도니 앞으로 銀魚라 하라 일렀으나 전쟁이 끝나 궁으로 돌아와 수라상에 올려진 은어가 맛이 없자 이것을 도로 목이라 하라는 데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동생이 한 됫박 정도 말린 도루묵을 사다가 냉장고에 보관해 둔 것이 있었는데 점차 찬이 부실해지면서 도루묵에 눈길이 갔다. 

예전에 먹어본 맛의 기억을 더듬고 또 어머니의 요리법을 지원받아 도루묵 조림을 만들었다.

도루묵을 씻어서 냄비에 넣고 왜간장, 마늘, 매실, 다시다, 고춧가루를 넣고 조렸다.

짭조름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데 뼈가 연해서 그냥 먹어도 고소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뼈를 발라내며 드신다.

보관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다음날 꺼내었더니 국물이 묵같이 굳어있다.


맞다! 목이 아니라 묵이다!

옛날에 한자로 이름을 붙이면서 이나 으로 적었으나, 나는 지금 묵이 더 옳아 보인다.


도루묵

(어찌 저 맛있는 고기떼를 우리가 사는 해안가로 보내 주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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