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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歸鄕(삼시세끼)

파피루스(PAPYRUS)를 생각하다

by 山海鏡 2015. 7. 29.

광 정리를 하면서 PAPYRUS를 생각하다.


날씨: 맑음, 기온: 31도

아침: 가자미조림, 톳 무침, 김치, 미역 줄기 무침, 고구마 줄기 무침, 비름나물

점심: 상추쌈, 톳, 미역 줄기 및 고구마 줄기 무침 외

저녁: 상추쌈, 오이와 기본

간식: 토마토, 요구르트, 떡뽂이와 꿀

운동: 요가 교실, 운동장 4바퀴


  마당 우편에 조그맣게 지어진 다용도 광이 있다. 선친이 지어서 사용하던 광은 지금은 쓰지 않는 물건을 임시로 넣으며 간간이 정리하곤 했지만, 이미 거미줄과 먼지를 뒤집어쓴 체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었다.

얇은 스티로폼 받침에 놓인 천일염 자루에서 흐른 간수로 장판은 먼지와 더불어 검은 퇴적물로 쌓이며 오래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뒤쪽으로 아이들의 연을 날릴 때 쓰던 얼레와 크리스마스트리 소품들과 묵직한 LP 레코드판 묶음과 턴테이블 등이 탁자 위에 올려진 채 세월에 밀려난 즐거움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집성목의 나사못이 빠져 무너져 내린 가구는 밖으로 내고, 작은 것들은 바로 쓰레기봉투에 담아내는데 그 분량이 만만찮다. 처음엔 엄두를 못 내던 일도 일단 시작하니 끝이 보인다.

 

이윽고 한쪽 구석에 곰팡내 나는 씨줄이 터진 왕골 화문석이 갈대 발과 함께 잠잠히 누워있고, 덮인 먼지 속으로 희미하게 드러나는 화문석 무늬를 보자 잊혔던 추억이 아련히 피어오른다. 나는 문득 보물이라도 만난 것인 양 서둘러 수돗가로 가져가 펼쳐놓고 툭툭 비로 쓸고 물로 씻어내리자 섬세한 모양이 또렷이 드러났다. 

얇게 벗긴 왕골이 가장자리 부분에서 방향을 바꾸며 가지런히 꼬아서 돌려 접은 섬세함과 꼼꼼히 엮은 장인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바깥 테두리로 돌린 고리 문양과 안쪽으로 한땀 한땀 정성 들여 수놓은 은은한 문양은 편안하고 왕골의 따스한 질감이 손에 잡힌다. 그러나 군데군데 씨줄이 터지고 헤진 곳에서는 세월의 통증이 아려온다.

요즘 대량생산의 물건의 귀한 줄 모르는 소비자의 행태에 비하면 수제의 작품은 얼마나 품위 있고 소박한 것인가? 
오래전 명절이나 제사가 들면 아버지는 돗자리 위에 화문석을 펴고 한복을 입으셨다. 댓님과 하얀 동정을 단 저고리와 긴 옷고름의 두루마기, 늘어진 두루마기의 소매를 한 손으로 감싸는 정갈한 모습이 향내와 어우러져 더욱 엄숙하게 보였다.

한 장의 파피루스에 쓰인 말씀과 같이 화문석(초석)에서 풍기는 향기는 나를 홀연 10대의 시절로 안내한다.

파피루스(papyrus)는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의 종이와 비슷한 매체로, 같은 이름의 갈대 과의 식물 잎으로 만든다. 보통 2~3m의 크기로 자라는데 나일 강 삼각주에는 이 식물이 풍성하여 고대 이집트인들이 이 파피루스로 책의 이전 형태인 코덱스를 만들어서 사용했으며, papyrus는 영어 paper의 어원이 되었다.


떡뽂이 떡 3되 (김권사님께 부탁하여 서울 올라갈 때 가져갈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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