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야에 나무를 심는다거나 넓은 땅에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항상 고마워 할 뿐, 그들의 삶 자체를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정말 내가 맘이 내켜서 분재나 화분 몇 개를 거실에 마련하거나 뜰앞 한켠에 두어이랑 채소밭이나 가꾸면 그로 족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직접하지 않고도 그 일들의 전말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나의 보잘것 없는 상상력이나 어려웠던 지난 시절의 추억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모으고 키우는 부지런이 내겐 없으니 언제나 이런 쪽으로는 좀 인색한 편이다.
며칠 전 산악회 대간식구들과 박대장 집드리를 갔을 때도 남들은 비가와서 푹푹빠지는 밭에 들어가 강낭콩이며 고구마 줄기며 감자를 캐고 따느라 모두들 여간 바쁜게 아니었다.
나는 박대장님 모친과 벤치그늘에 앉아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와 풍광을 즐기며 그들을 보고 있었다.
아내는 이런 나를 언제나 욕심도 없고 나가서는 몰라도 집에서는 빵점이라고 놀려대곤 했다.
그러나 일을 해 줄 자리에서는 내일같이 선후와 기본을 따져가며 흠 없이 해주려고 노력한다.
학교 다닐때는 잠이 보통 많은게 아니었는데 그림 그리느라 붓을 잡으면 밤을 하얗게 넘겼었다.
지금도 내 일을 시작하면 의자에서 꼼짝 않고 반나절을 그대로 앉아 있어도 불만 없는 사람이다.
아마 각자 천성이고 체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앞산을 바라보았다.
산중턱이 무너져내린듯 산사태가 있었는지 흙더미가 아래로 둑을 이루고 그 옆으로 몇 채의 집이 위태롭게 보였다. 장마비에 흙들이 곤죽이되어 있을 때 만약 이번 일본 처럼 태풍에 지진이라도 왔다면 물살에 모래성 무너지듯 힘없이 흘러 내렸을 텐데 다행히 박대장집 뒤로는 산허리에 암반이 솟아있어 그런 걱정은 없어 보였다.
"저쪽 산자락에 구름이 감기면 경관이 너무 좋아,
그래서 건축방향을 이쪽으로 돌렸었지 설계변경에 돈을 더 들이면서
밤이면 개구리소리 너무 좋아 그런데 지금은 너무 시끄러워서 소음이야 ~ㅎㅎ
그런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런거 하나도 모르고 살아......"
박대장의 말이다.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고 또 풍수가 이래서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박대장이 좋아하는 전경이 비구름에 가려져 있으나 청정한 공기는 만점. (찍사는 소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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