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가에 개살구가 노랗게 익을 즈음이면
모내기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넓은 벼 포기 사이로 황색 논바닥이 맑게 들여다 보였다.
물속은 작은 물벌레들의 천국이고 난 하늘이 비치는 논둑길에 앉아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살구는 마당과 토담 위에 떨어졌고 논으로도 떨어졌다.
할머니는 고지 바가지에다 살구를 따다 담으셨다.
우리 살구는 경만네 떡살구 보다 씨알이 작고 파리똥 같은 점까지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달고 새콤해서 쳐다만 봐도 군침이 돌았다.
아이들이 우리집 살구를 얻어 먹으려고 개구리 뒷다리를 두 손 가득 할머니께 내밀었다.
개구리나 메뚜기를 먹으면 침을 안 흘린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오늘이 그날인가 보다.
하나씩 맞교환이 있고나면 할머니는 숯불에다 하얀 뒷다리를 고소하게 구워주셨는데
그 때는 그저 그렇게 먹는 줄로 알았고 누구하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도 없었다.
지금도 소금에 찍은 고소하고 약간은 비릿한 뒷다리가 입에서 바작거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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