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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학/수 필

흑백사진(냄비 때우소)

by 山海鏡 2007. 9. 15.

흑백사진

 

삐삐 유선 줄에 달린 목제 스피커에서 

유행가 차차차가 울린다.

 

자석 전화기의 왕대 수저통만 한 바테리를 깨부수면

그 속에는 굵은 연필 한 개와 까만 콜타르 덩어리가 있다.

 

허옇고 검은 내장은 저쪽으로 던져버리고

봉은 빼내서 상규를 주고

 

상규 애비는 깨진 질항아리를 철사로 정성스레 싸매고 

콜탈을 녹여서 틈새를 때운다.

 

뜨거운 인두에 녹인 까만 진액이 깨진 틈으로 잘도 스미고

가는 연기가 모락모락 위로 오른다.

 

장만 새지 않으면 그만이지

풍년초 담배를 한 대 말며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흐른다.

 

솥 때우소~

냄비 때우소~

지나가는 아가씨 .. 때우소~

 

땜장이의 다재다능함을 악동들이 놀려대며

아이들 입에 그 노래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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