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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학/수 필

흑백사진(작은 즐거움)

by 山海鏡 2009. 2. 12.

 

 

며칠 전

사무실에서 여사원들이 모여서 뽁뽁이(공기방울 포장지)를 재미삼아 톡.톡.톡... 

트뜨리고 있었다.

 

 

 

김홍도의 풍속화 

 

 

고급포장이나 유리제품의 완충재로 좋아 이삿짐센타나 사무실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우리 사무실도 CD를 오토바이 퀵 써비스로 부칠 때는 안성마춤이다.

할 일 없는 손에 들려지면 몰랑몰랑하여 자꾸만 눌러 트뜨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니 습관적 손장난이 시작된 것이다.

 

이보다 훨씬 오래 전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을까? 

공기방울 포장지 같은 문명의 혜택을 못 보고 살았을 때도 이것 못지 않은 작은 소일거리가 있었으니

바로, 겨울 밤 호롱불 밑에서 이불 속에 다리를 뻗고 둘러 앉아 각자 내의를 벗어들고 시작하는 사냥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솔기을 따라 살펴 보고, 다음은 아랫 단을 살펴 보고, 시접 넣은 옆을 들추기에 이르면 몰이는 점입가경에 이른다.

 

마지막 순간의 그 소리는 서로의 전과로 확인된다. 서캐들은 바늘 끝만큼이나 작지만 소리는 더욱 맹랑하다.

빼앗긴 것은 반드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법! 

이럴 때는 눈이 침침한 할머니는 솔기를 접어서 이로써 이들을 후련하게 응징하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그들이 저지른 피값을 치렀다.

 

마지막 전열을 가다듬으며 장수 칼 씻듯이 손톱을 닦고,

그날 밤은 무럽지 않은 숙면에 빠져든다.

 

(아직도 남았다구요? 빨래터에서 마지막으로 맞아 죽고, 주리틀려서 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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