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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문 학/신앙 에세이

빛과 그림자

by 山海鏡 2024. 2. 27.

 

 골목길을 돌아서자, 그는 나보다 먼저 저만치 앞서 휘청거리며 서 있고, 등 뒤로 명랑한 살굿빛 해가 내 어깨에 볼을 비비며 따라왔다. 나는 페스트푸드점 한쪽 탁자에 앉아 빵과 몇 모금의 우유로 간밤의 피곤과 허기를 달랬다. 이렇게라도 아침 공기를 마시며 자유로이 다닐 수 있음을 감사했다.

 

  면회 시간에 맞추어 병동으로 돌아왔을 땐 대기실의 보호자들은 이미 복도에 나와 있었다. 모두 초조하게 벽시계를 보거나 출입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고, 창문 너머로 미동도 없는 환자의 침대 주변을 의료진들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뇌혈관 질환의 사망률은 암, 심장질환, 코로나, 폐렴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뇌혈관 질환은 젊은 20대부터 발생하고 진행되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좋은 생활 습관과 꾸준한 운동이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과 당뇨이며, 고지혈증, 흡연, 비만, 스트레스를 피하고, 음식은 가공식품보다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는 게 좋으며, 요리 방법은 튀김보다 조리거나 굽거나 찌는 방법을 권했다. 뇌혈관 질환의 원인 질환과 습관은 본인의 의지와 약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 뇌혈관 응급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미리 파악해 놓으면 좋겠지만, 유사시에 119 구급대에 요청하는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119 구조대는 평균 9분 이내 도착한다니 놀랍다. 화재 현장이나 위태로운 상황에 몸을 던져서 봉사하는 저들의 헌신이 있기에 우리는 안전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포기는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누를 끼친다. 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족하는 비법을 배웠다는 바울처럼 슬기를 가져야 한다.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신다는 그 말씀에 의지하여 용기를 얻자.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탄 요나는 바닷속 산의 뿌리까지 내려가는 물고기 뱃속에서 기도 했다. 박넝쿨과 같이 잠시 있다가 사라질 물질의 탐심을 버리고 주어진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살다가 어두움에 갇혔을 때는 땅에 묻힌 씨앗처럼 잠잠히 기도를 하자. 우리 마음에서 긍휼을 구하면 스올의 음부에서 빛의 자리로 옮겨짐을 느낀다. 맑은 영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면 마음에서 그늘이 사라진다.

  화가들은 작품에서 명암의 대비로 사물을 부각시키기도 하고 감추기도 한다. 짙은 그림자는 물체의 바닥을 인식시켜 주고, 강렬한 원색은 폭력처럼 위태롭고, 완전한 먹은 두려움을 주며 적당한 그늘에서 평안과 위로을 얻는다. 예술 작품에는 그라데이션¹을 중히 여긴다. 빛은 거리의 역자승으로 어두워지는데 특히 곡면과 만날 때 아름다운 그림자를 만든다.


  사진가는 해그림자 길게 늘어지는 일출과 일몰은 그 기울기가 같을지라도 동쪽과 서쪽이 주는 정서는 사뭇 다르게 느낀다. 화면 분할과 피사체의 구도도 중요하지만, 시간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담는다. 아침은 동적이고 저녁은 정적이다. 추상이나 비구상의 난해한 작품보다 자연은 순수한 이데아의 세계로 연결되어 있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밀레의 저녁 종과 같은 잔잔한 평안을 맛본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받는 선물이다. 그 리듬의 반복이 쌓이면 지나쳐간 시행착오도 지혜로 육화된다. 청춘을 주고 멋진 백발을 얻는다. 소진하는 것과 채워지는 것에는 사이에는 정당한 거래가 있을 법하다.

  피곤한 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고, 휴식 후에는 활력이 충전된다. 그리고 기나긴 질고를 이겨내면 반드시 기쁨이 찾아온다. 기울어진 지구 자전축과 태양이 만들어내는 4계절의 리듬은 우리를 늘 새롭게 한다. 그러므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 지금 피는 꽃은 과거의 꽃이 아니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어제 불던 바람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주어지는 새로운 선물이다.

  언어와 행위가 타락하여 소돔과 고모라와 같은 세대에 살고 있지만, 소망을 버리지 않음은 밝음과 어두움, 높고 낮음, 거칠고 부드러운 것들이 섞이면서 오묘한 계층과 질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빛과 어두움의 양면성을 이해하면 우리가 원망하며 저주하던 마음에서 관용과 여유로움이 생긴다.

  우리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나 대부분 색을 가졌다. 그림자는 물체에 가려져서 빛을 잃은 상태다. 빛은 사실을 드러내는 데 쓰이지만, 어둠은 품어주고 감추어주는지도 모른다. 빛이 우리의 겉모습이라면 어두움은 마음이다. 상대의 마음에 무엇을 품었는지 섣불리 판단하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다.

  금이나 은, 물감 등은 소재다. 그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에서 의미와 감동이 있을 때 값지다. 표절은 땀과 노력이 없으므로 무의미하고 타인의 것을 빌려와서 내 것이 아니다. 목탄이나 연필로 그림자 부분만 그려도 물체의 형태가 저절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빛과 그림자는 둘이 아닌 것이다. 팽팽한 긴장이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 마음에 무엇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그 빛과 향기가 다르다.

  어두움은 빛에 의하여 생기며 두 물성은 그라데이션의 대척점에 놓인다. 이를 선악과 삶과 죽음의 개념으로 볼 때는 현실 세계를 확장시켜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 아닐지 궁금하다. 요즘 기술의 진보로 AI의 발전 속도가 눈부시게 빠르다. 이러한 이유로 정보를 소유하지 못하는 이들은 영악한 자들에게 빛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교만이 두 번째 바벨탑을 부를까 우려스럽다.

  악인의 형통을 부러워하며 음부의 권세를 탐하지 말자. 마지막 날에 불 속으로 던져져 없어질 가라지보다 소중한 빛의 알곡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달팽이를 억지로 밀지 말라. 고유한 속도가 있다. 빛을 잃어버린 환우들을 향하여 당신은 기적을 믿으십니까? 그렇다면, 어두운 부분을 소망의 빛으로 채우며 환하게 웃어보세요!

* Gradation
사진 용어로는 필름이 감지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빛과 가장 밝은 빛의 범위를 가리키는 말이며, 색채 용어로는 하나의 색채에서 다른 색채로 변하는 단계나 기법을 말한다. 순우리말은 '바림'이며, 階調(계조), ボカシ(보카시), Gradient 등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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