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박대장 딸이 어제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회원들은 모두 회장이 운영하는 산악회용 버스를 타고 예식장에 갔다. 그러나 우리는 집사람과 낮예배를 마치고 승용차로 따로 갔었다.
박대장은 심성도 곱고 몸도 건강하여 그야말로 안팎이 옹골차서 대원 모두가 그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모두가 의지하고 따랐으며 또한, 우리 산악회 진 회장의 특별한 신임을 받는 터라 올 맴버들은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두 축하해 주러갔었다.
예식이 시작되고 얼마 동안 지나서 신랑 신부 선서를 하는 과정에서 신부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신부가 갑자기 목이 메이는지 손에 든 글씨를 더듬거리며 잘 읽어 나가지 못하더니 마침내 신부 부모님께 인사를 하다가 그만 눈물보가 터져 버렸다.
신랑은 각시의 이쁜 볼에 흘러 내리는 눈물을 닦아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부는 생글생글 웃으며 울지 않으려고 했으나 눈물은 그 노력에도 도무지 그쳐지지 않았다.
모든 하객들이 눈가에도 촉촉히 이슬이 맺혀 있었다
주례없이 치르는 특별한 결혼식은 내가 본 것중 이번이 첨이다. 주례선생님을 못 구해서 그런 건 아니고 색다른 방식으로 기획 된 케이스란다.
사회자가 성혼선언을 하고 우리는 박수로 화답을 하였다 물론 사회자가 증인이 된단다.
산악회 소대장이 내 디카를 가지고 앞으로 나갔었는데 박대장도 울었데나?
예식이 끝나고 피로연장에 올라 갔을 때 박대장이 부인과 함께 인사하러 왔었다.
"왜 울었어?"하고 누가 물었는데 그는 "울지말라고 그렇게 교육을 받고 갔었는데 딸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갑자기 울컥하고 북받쳐서 눈물 막 나오더라"고 했다.
....
그러고 나서 한참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 나 잘했지?" 하고 박대장이 물었다.
"잘하긴 뭐 잘했어? 신부입장 할때 신랑한테 맡겨놓고 퇴장하려고 하더구만, 신부측 장인자리로 가서 앉아야 맞지! "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이제 가슴 애리던 그 곳이 텅하니 빌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