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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학/수 필

꿈속의 꿈

by 山海鏡 2006. 11. 29.

夢 IN 夢 (몽중몽)

비바람이 몰아치는 창가!
흔들리는 장미꽃 줄기에 매달린 달팽이 한마리가 애처롭다.
주인공은 방안을 서성이며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본다.

아직 시간이 이른 듯 의자에 돌아와 앉아 창밖을 주시하며 생각에 잠기고
빗발은 가늘어 지고 바람도 자는듯하나 달팽이는 꼼짝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눈꺼풀이 무거워 지며

낙숫물 소리가 잦아들고 그 리듬이 귓전에 속삭인다.
이윽고 주인공이 고개를 꾸벅거린다 졸음이 쏟아졌다.

주인의 수면상태를 인지한 자동차가 대기모드에서 이내 경계모드로 바꾸며 깨어나고
하늘이 잠시 개자 달팽이가 장미가시 사이로 이리저리 촉수를 더듬는다.
다시 바람이 일어 장미줄기가 창에 부딪칠 때 달팽이가 촉수를 움츠려 넣고 뭄을 줄기에 감으려 안간힘을 쓴다.

주인공이 화들짝 놀라 일어서며 시계를 보고
자동차를 급히 몰아 나서지만 이내 하늘은 먹구름으로 닫혀 앞이 칠흑같다.
자동차가 승마버전의 드라이브를 제안하자 그가 승인한다.
차륜이 들어가고 말굽 실린더로, 핸들이 고삐모양으로 바뀌고, 전면창과 후사경이 디지털영상으로 전환되어 시야가 다시 들어온다.
주인공은 긴장과 흥분된 모습으로 폭풍우와 천둥 속을 질주.
헤드라이트의 투사광선이 일반 차량과는 대조적으로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엔진내부의 피스톤은 동물의 심장처럼 뛰고 있다.

창밖의 비는 긋고 가시에 매달린 물방울이 태양빛에 반짝이고
줄기를 오르던 달팽이도 꽃잎 사이에 파묻혀 유유자적한 분위기에 취해있다.
천천히 돌아오는 길은 아름답고 자동차는 너무나 매력적이며 주인공의 미소는 갠 하늘처럼 해맑다.

방안의 벽과 시계가 노을에 붉에 물들고 예쁜 아가의 신발과 주인공의 구두가 현관에 나란히
놓였다. 밤을 맞이하자 홀연 과거로의 여행이다.
신발이 미투리로, 말머리 모양의 키가 강 언덕위를 거니는 말로 변하고, 화면의 채도가 낮아져 흑백농담의 수묵화 속에 우리가 서 있다.
강을 거스르는 미풍에 산천이 섞이고 세월을 낚는 일엽편주의 태공이 바로 그다.
느림과 여백이 화폭에 가득찬다.

먹으로 수놓던 협곡장강이 연기로 사라지고 현실 속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직 비가 오시는 창가, 달팽이는 촉수를 더듬으며 그 자리를 맴돌고 껍질은 산성비에 색깔이 헐었고
잠꼬대하는 주인공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와 조소가 교차되고 시간은 멈출 듯 하면서도 아직 남은 약속시간을 향해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는 어제의 황제가 누렸던 부귀영화와도 비교 할 수 없는 문명의 이기를 깔고 덮어도 때때로 그 꿈 이상의 꿈속이 섧어 더러는 벼개잇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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