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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문 학/수 필38

흑백사진(동거) 내가 기억 해 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것 그야말로 머릿털 나고 첫 사건을 위하여, 꿈 반 기억 반의 희미한 추억속 뉴런의 밑바닥을 지금 나는 어릴 때 젖먹던 힘까지 들여가며 살펴 보려 한다. 아마 첫 돌쯤 지나고 둥글게 생긴 나무상 다리를 잡아 당기고 걸음을 막 떼기 시작 할 무렵이거나 아니면 약.. 2008. 8. 1.
흑백사진(보물상자) 내 나이 여섯살 무렵. 안방 벽에는 꽃이나 과일 또는 닭을 예쁘게 수놓고 풀먹여 다듬질한 하얀 무명 횟대보가 한쪽 벽을 불룩하게 채우고있었는데, 아이들과 숨바꼭질 할 때나 그냥 심심할 때 그 안에서 숨거나 혼자 가만히 놀아서 포근한 그 속을 너무나 잘 안다. 아버지의 외출복과 어머니와 할머니.. 2008. 7. 9.
흑백사진(제비뽑기) 보릿대가 누르스름하게 퇴색되어 갈무렵 후끈한 바람이 밭고랑에서 뭉쳐 오르는 점심나절은 밖에 섯기만 해도 땀이 등골을 흘러 내렸고 볕은 따가워 어른들은 하나 같이 필름테 맥꼬자를 쓰고 다녔으나 얼굴 까므잡잡하긴 매한가지였다. 한더위를 빗겨 지나면 아이들은 하나 둘씩 모이며 예닐곱 마.. 2008. 6. 25.
늙음과 기쁨 늙음.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하라. 그런 날에는 집을 지키는 자들이 떨것이며 힘 있는 자들이 구부러질 것이며 맷돌질 하는 자들이 적으므로 그칠 것이며 창들로 내다 보는 자가 어두워질 것미며 길거리 문들이 닫혀질 것이며 맷돌 소리가 적어질 .. 2008. 5. 11.
흑백사진(잔혹사) 잔혹사 아침 일찍 일어나 무슨 큰일이나 치를 것 같이 서둘러 큰 솥에다 물을 펄펄 끓였다. 돼지나 닭을 잡으려는 것도 아닌데 약간은 서두르고 조금은 상기된 모습이다. 오래전, 지금부터 반세기 전 6.25사변 중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이 세상에 나기 몇 해 전 일이므로 .. 2008. 4. 15.
흑백사진(개살구) 마당 가에 개살구가 노랗게 익을 즈음이면 모내기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넓은 벼 포기 사이로 황색 논바닥이 맑게 들여다 보였다. 물속은 작은 물벌레들의 천국이고 난 하늘이 비치는 논둑길에 앉아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살구는 마당과 토담 위에 떨어졌고 논으로도 떨어졌다. 할머니는 고.. 2008.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