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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문 학/수 필38

수수 빗자루 수수 빗자루 / 황영원 어디가 가려운지 잠자리에 들면서 미적미적 엉덩이를 내 쪽으로 들이밀며 등을 긁어 달라고 했다. 모처럼 하는 부탁을 들어주려다 말고 잠시 멈췄다. 목덜미와 앙증스런 레이스가 물려 있는 내의 소매 밖으로 나온 팔과 하얀 허리는 얼마 만에 보는 것인가? 목을 비.. 2009. 10. 27.
흑백사진(어머니의 빈둥지) 어머니의 빈 둥지 황 영 원 딸그락딸그락 솥에다 가위를 삶았다.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 학교를 파하고 돌아왔을 때는 오후 두 시쯤이나 되었을까 해는 중천에 떠 있고 날은 약간 더웠다. 하복 상의 단추를 끄르며 마당을 들어서니 어머니가 집에 계시는지 댓돌 위에 어머니의 신발이 아무렇게나 놓여 .. 2009. 9. 22.
디딜방아 디딜방아 / 황영원 대밭에 둘러싸인 상규네는 아래채 끝에 큼지막한 방앗간을 한 칸 따로 가지고 있었다. 명절 때가 되면 방앗간은 제수거리를 준비하는 이웃들로 분주하기도 했지만, 정작 주인은 남이 쉬고 있을 시간에 조근조근 작은 방아를 찧어 먹는지 이웃들이 이용할 때는 언제나 .. 2009. 9. 1.
흑백사진(첫눈) 쏴~ 하고 하얀 싸라기 눈이 창호지에 들이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때는 눈이 훨훨 하늘로 올라가며 휴거를 했다. 촌 마을에 흑백텔레비전이 처음 들어왔을 때 일이다. 바람에 안테나가 돌아가면 화면에 쌀알 크기만한 무수한 점들이 흘러가며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은 옥상에 올라가서.. 2009. 6. 22.
흑백사진(고속도로) 등교할 때, 교문에 나와 계시던 학생과장님의 두발 검열에 적발되어 나와 몇 놈이 귓불을 잡은 손에 이끌려 이발기로 보기 좋게 머리 가운데다 고속도로를 내게 되었는데, 그날 수업시간 중에 선생님께서 "저기 대가리 밀린 놈! 나와서 이것 한 번 풀어봐~" 하셨다. 질문을 할 때는 보통 "오늘 며칠이냐?.. 2009. 6. 9.
흑백사진(꼬꼬재배) 육촌 분이 누나는 얼굴이 얽었다. 지금은 천연두가 자취를 감췄지만, 전에는 마마 돌림병으로 곰보가 된 사람들을 자주 만났는데 어른들은 얽은 사람은 성질머리가 있다 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로 콩 타작마당에 넘어졌다 하기도 하였다. 얼굴이 너무 심하게 패여 매주에 콩 빼먹은 것 같은 처녀총각은 달밤에 맞선을 보면 훤한 달빛에 속아서 표가 안 난다고도 했다. 어린 시절 아이들이 하나둘씩 저들의 엄마 손에 이끌려 어깻죽지에 피를 흘리며 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물어보니 재넘어 누구네 집에 가서 우두를 맞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무서운 행사에 잡혀가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달아나며 버텨 보았지만, 결국 나와 아직 철모르는 동네 아이들 몇몇까지 모두 끌려가서 팔뚝에 따끔하게 우두를 접종하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우리 또.. 2009.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