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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 나 지혜는 명철로 주소를 삼으며 지식과 근신을 찾아 얻나니

문 학/시95

대화 대화 산해경 햇살 등지고 눈 먼 소녀 땅을 가만가만 더듬는다 그 앞엔 조그만 풀꽃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얼굴 하나 둘이 나누는 세상에 없는 언어 환한 미소 * 시작 노트 * 며칠 전 골목을 지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햇살을 등지고 밭에서 가만가만 흙을 더듬고 계셨다. 아마 점심을 먹고.. 2015. 11. 6.
개밥그릇 개밥그릇 山海鏡 찌그러진 양재기 식은밥 담긴다 놀기만 해서 염치없다고 종일 기다렸다고 배 많이 고팠다고 삼룡이는 온몸으로 고맙다고 삼룡이: 강아지 이름 2015. 10. 20.
별 山海鏡 투박한 나 내 안에 뜬 너 네가 나를 이끌어 험한 길 마다 않고 가게 하시네 2015. 10. 13.
비대칭 비대칭 山海鏡 아담이 가인을 낳고부터 하냥 그래 왔어도 어느 한쪽 은근히 모자라는 것 같고 우성의 법칙 대를 잇고 예수님까지 다녀가셨지만 어딘가 쬐끔 더 보태 놓은 것 같아 웃을 때 어쩜 네 볼우물조차 한쪽이 조금 더 패인 쟁그러운 비대칭 2015. 9. 12.
歸泉귀천 歸泉귀천 山 海 鏡 봄 계곡 살구꽃 피듯 가을 강에도 혼인색 노을이 든다 모르지 너도 봄꽃마냥 강물 따라 나서서 북해의 찬 물결 은빛 파도를 가르며 놀다 지친 몸으로 이제 돌아온 건지 연어의 눈물겨운 마지막 유희 속을 깨끗이 다 비우고 낙엽처럼 지려는가 2015. 8. 21.
發芽발아 發芽발아 山海鏡 들짐승의 저녁 젖은 짚단처럼 몸을 누일 때 분하고 거친 생각은 삼키고 꽃 피워낼 정한 씨앗 하나 품는다 거기 미움도 없고 오해도 없는 망각의 샘 죽음보다 깊은 어둠이 설익은 상처를 발효시키고 다시 파르르 열리는 빛 꿈의 촉이, 참한 아침이 튼다 2015. 6. 17.
菽麥숙맥 菽麥숙맥 山海鏡 보자기 둘러 쓰고 굴둑 모퉁이서 설빔 머리 깎는다 비탈밭이야 가로질러 타겠지만 까치집 진 아들놈 머리는 결따라 쳐올린다 다문다문 버짐 자국 앞산에 잔솔 같고 솔솔 기는 멧돼지 숨을 곳 찾는구나 굵은 솔 밑에 잔솔, 잔솔 밑에 까투리 댕기머리 땋고 살던 초가삼간 .. 2015. 1. 30.
참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山海鏡 조간을 읽다가 안타까운 사건들 갈피에 낀 작은 선행기사 하나 더운 기운이 핑 돈다 그 얼굴을 쓰다듬어 주며 참 잘했어요! 2014. 10. 22.
달항아리 달항아리 山 海 鏡 미리내 건너는 정갈한 배 胎土의 숨결까지 맞배 붙여 가두고 윗것을 받기 위해 입을 귀로 쓰는 벙어리 소란했던 낮이 물러가면 호젓한 저녁 고요가 어둠을 살라 슬픔조차 환하다 *胎土: 도자기를 만드는 원료가 되는 흙 2014. 10. 9.
내 안으로 흐르는 강 내 안으로 흐르는 강 山海鏡 우리 사는 동안 손 발톱 밑에까지 흐르는 실핏줄 이전부터 있었던 날 누군가 앞서 걸어갔던 길 그 무수한 갈피를 따라 갈증의 물관 밀어 올리며 내 속의 푸른 강 굽이치네 2014. 10. 5.
홍학의 군무 홍학의 군무 山海鏡 출근 시간 전철에서 나온 건각들이 무리지어 계단을 오른다 희망을 품고 가슴 콩닥이며 새바람을 몰고 아침을 밀어 올리고 있다 2014. 9. 5.
파장罷場 罷場 山海鏡 떡잎 다듬어 훤해진 풋것으로 보자기 한장에 펼쳤던 난전 얘깃거리 동나면 날도 따라 저물어 바람 든 무릎이 하나둘 자리 뜬다 따순밥 차려 줄 영감도 가고 지금 버려도 하나 아깝잖을 것들만 남은 동거 유모차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하늘길 노을 적막을 깬다 2014. 8. 18.
매미소리 매미 소리 山海鏡 선잠에서 깬 아침 솔바람 소린 듯도 싶고, 창호지에 치는 싸락눈 소린가도 싶다가 차르르 차르르... 어린 나를 보릿단 위에 앉히고 아버지가 숨차게 내리막을 달릴 때 수레바퀴에서 나던 그 소리만 같아 혼자 계시는 어머니와 묵정 보리밭 옆 아버지 무덤에도 어김없이 .. 2014. 8. 1.
다시스로 가는 배 다시스로 가는 배 山海鏡 아랫돌 빼면 윗돌 와르르 무너질 모래 위에 세운 집 하루하루 어름사니같이 사는 세상! 뒤집힌 세월호에 요나가 탔었던가 모든 것 잃고 나서 뉘우치며 통곡하네 앞 뒤로 높은 절벽 날로 더 위태한데 한마음 한뜻으로 작은 것부터 새롭자 2014. 7. 15.
샛강 그리고 노을 샛강 그리고 노을 山海鏡 한낮의 햇살이 나뭇잎의 상형문자를 읽으며, 피라미 등을 쓰다듬다 돌아가고 미리내 건너온 천 개의 눈들이 신비로운 전설을 들고 저문 강으로 하나씩 찾아올 때 들판을 지나던 한 줄기 바람이 샛강의 갈대를 흔드는 것은 고운 노을에 그만 슬퍼졌기 때문일까 .. 2014. 7. 15.
중력 중력 산해경 무고한 채찍, 등을 타고 흘러내리던 그 액체가 내 잔에 넘치고, 시공을 건너온 침묵이 윤슬로 출렁인다 그 온전한 버림! 대물림하던 囚印을 단번에 태우며 기울어진 양심을 똑바로 세운다 저들을 용서하소서! 내 안에 소태 같은 너울이 범람한다. 2014. 4. 18.
나는 꿈 꾸는가? 나는 꿈 꾸는가 묻힌, 그가 감추어 두신 것을 ... 최승재 딸 결혼식 날에 2014. 3. 5.
귀 우는 날 귀 우는 날 산해경 오래전 할매가 먼 하늘 보시며 '야야, 친구가 죽었나 찡~하고 귀가 운다' 또, 어무이도 가끔 '누가 내 말 하나, 귀가 가렵다' 하셨지 지금사, 내도 가끔 누가 죽었지? 내가 뭘... 혼잣말로 물어보며 귀의 말을 듣는다 2014. 1. 9.
채마밭 채마밭 山海鏡 섣달 그믐밤 이슥한 어디다 대고 뻑뻑 낙서를 하고 싶다 날 새면 뭔지 모르는 새것 때문에 잠시 히죽이게 될는지 찌푸리던 미간 파안대소 끝에도 잠시 펴졌다가 스르르 되말리며 모든 여닫는 곳엔 주름이 진다 2014. 1. 9.
가을에는 영글어지자 가을에는 영글어지자 / 산해경 가을에는 너도 영글고 나도 영글자 2013. 10. 6.
동방미인 동방미인 山海鏡 산들바람 오수를 부르고 유월 뻐꾸기 계곡을 울릴 때 애매미 유충이 제 어미 가슴 더듬듯 여린 찻잎을 헤집는다 저마다 일용할 양식이 따로 있고 또 누군가의 밥이 되어 주는 것 속으로 삭인 눈물은 침향으로 발효되어 풀어내는 춤사위 다완 속에 곱구나 * 동방미인: 茶 .. 2013. 5. 29.
고사리 고사리 山海鏡 짧다 제법 긴 줄 알았는데 나태한 변명과 위선 자신에게 관대한 것 말고 긴 게 무어냐 곶감을 빼낸 뜬 자리 살 같은 세월 돌돌 말린 그 손으로 무얼 주겠나 2013. 4. 30.
비상하기 좋은 날 비상하기 좋은 날 山海鏡 코발트색 오베르 쉬르와즈에 7월이 오면 해마다 찾아오는 손님 구름 그림자 들판을 쓸고 어지러이 까마귀가 나는 밀밭 거기, 아벨의 피같이 검붉은 흙에서 어머니의 묵은 젖내가 난다 거친 붓 진정하려 잠시 눈 감아도 굽이쳐 흩어지는 오렌지색 밀 향기 뭉클뭉.. 2013. 1. 17.
사과씨 사과씨 山海鏡 달콤한 과육을 다 먹어갈 때쯤 왕관을 쓴 까만 눈을 만난다 복되어라! 복되어라! 어디선가 외치는 미세한 음성 태고의 향수 쌉쌀한 몰약으로 봉인된 편지 동산 어디쯤에서 맺어진 영원한 약속 몰약: myrrh는 아랍어 '맛이 쓰다' 'murr'에서 유래 동방박사의 선물중 하나, 고대 .. 2012. 9. 28.
밀어(蜜語) 밀어(蜜語) 山海鏡 한 톨 모래알을 보듬은 여린 풀뿌리 눈 감아도 훤히 읽히는 사랑의 점자 편지 꽃이 지누나 내 슬픈 사슴아 귀 기울여 푸른 새벽을 듣자 아직 해독 불능의 언약은 마지막을 위해 남겨진 축복이라 여기자 2012. 6. 26.
시 산해경 언어로 쌓은 탑 2012. 02. 24. 2012. 2. 24.
눈 보리피리 품고 은하수 건너 숨차게 달려온 손이 흰 여자가 한숨같이 깊은 홀아비 꿈 속에 들어와 햇목화 솜이불을 가만히 편다. 山海鏡 2011. 12. 27.
너의 미소는 식물성 너의 미소는 식물성 山海鏡 네 눈으로 나 들어가면 산맥은 평지가 되고 슬픔은 노래가 된다 작은 그 볼우물에 잠시 고이는 향기는 고단한 무채색 소음을 단번에 깨고 신화 속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와 푸릇하게 번진다 2011. 11. 25. 2011. 11. 26.
귀뚜라미 죽이기 귀뚜라미 죽이기 山海鏡 이슥한 창가에서 달빛이라고 끄적이다가 문득 별이 보고 싶어져서 창문을 열었는데 어디서 또르르 또르르 달빛을 깁는 별빛 절창 시가 그만 또르르 굴러가고 말았다 손뼉을 딱! 솔던 귀가 죽은 듯 잠잠하다 2011. 11. 18. 2011. 11. 18.
전철 한 구간 지나는 동안 전철 한 구간 지나는 동안 山海鏡 좁쌀은 천 번쯤 굴러야 호박 한 바퀴 오늘 기껏 굴러 봐야 도토리 하나쯤 될까 바늘 하나 꽂을 데 없을 만큼 여유 없이 살아도 마음에 허기 들긴 마찬가지 산다는 건 발끝 모으고 허공에 매달려 이렇게 부대끼며 일렁이는 건지도 모른다 전철 한 .. 2011. 11. 16.